전체 글23 마녀 배달부 키키 (독립, 슬럼프, 성장) 솔직히 저는 이 작품을 와이프가 찾아달라고 하기 전까지 이름도 몰랐습니다. 지브리 작품인지도 몰랐고, 당연히 볼 생각도 없었습니다. 그런데 막상 아이들과 함께 보고 나서 "어, 이게 생각보다 많은 걸 담고 있네" 싶었습니다. 어른이 봐도 묘하게 마음에 남는 작품이었습니다.처음 독립하는 아이의 이야기가 어른에게 닿는 이유제가 이 작품을 처음 접한 건 오키나와 시골에서 살 때였습니다. 주말마다 차로 1시간씩 이동해야 할 정도로 외딴 동네였는데, 그 긴 드라이브 시간을 채워주던 게 바로 이 애니메이션이었습니다. 뒷자리에서 아이들이 집중해서 화면을 보는 걸 백미러로 확인하면서, 저도 귀로 대사를 따라가다 보니 어느새 내용을 꽤 파악하게 되었습니다. 작품의 설정은 단순합니다. 마녀 수련 과정에서 혼자 낯선 도시로.. 2026. 4. 25. 진격의 거인 후기 (세계관, 캐릭터 서사, 스토리 구조) 솔직히 말하면 시즌 1은 정말 재미있게 봤습니다. 그런데 어느 순간부터 "내가 지금 맞는 걸 보고 있는 건가?" 싶을 정도로 내용이 난해해지기 시작했습니다. 일본 회사로 이직하고 두 아이를 키우면서 틈틈이 이어서 봤는데, 그렇게 띄엄띄엄 본 것이 화를 불렀을 수도 있습니다. 진격의 거인은 집중력을 요구하는 작품입니다.거대한 벽이 만들어낸 세계관, 그 설계의 치밀함진격의 거인이 처음 시청자를 끌어들이는 방식은 꽤 계산적입니다. 거대한 벽 안에 갇혀 사는 인류, 그 벽을 허무는 초대형 거인의 등장. 시작부터 공포와 절망을 전면에 내세우고, 관객이 숨 돌릴 틈을 주지 않습니다. 이 설정은 단순한 SF 판타지 배경이 아니라, 작품 전체를 관통하는 자유와 억압이라는 주제를 시각적으로 구현한 장치입니다. 제가 특히.. 2026. 4. 24. 킹덤 애니 후기 (전쟁 서사, 캐릭터 성장, 중독성) 혼자 지내는 밤이 길어질수록 뭔가를 틀어놓지 않으면 버티기가 힘들어지는 경험, 한 번쯤 있지 않으신가요. 저는 가족이 한국에 먼저 건너가 있는 동안 일본 집에 홀로 남아 있던 몇 달이 그랬습니다. 그 시간에 손을 댄 게 바로 킹덤 애니메이션이었고, 솔직히 처음엔 그냥 시간이나 때우려고 켰다가 꽤나 집중해서 보게 되었습니다.처음엔 낯설고 어렵다, 그래도 손을 못 떼는 전쟁 서사켜기 전에 매번 망설였습니다. 볼까 말까, 켜야 되나 말아야 하나. 전쟁 애니라는 게 왠지 지루하고 복잡할 것 같은 느낌이 먼저 와서요. 막상 틀었을 때도 처음 몇 화는 그림체가 낯설고 배경 설명이 쏟아지는 바람에 정신을 못 차렸습니다. 킹덤은 중국 전국시대(戰國時代)를 배경으로 합니다. 전국시대란 기원전 5세기부터 기원전 3세기까지.. 2026. 4. 24. 슬램덩크 (노력의 서사, 포인트가드, 산왕전) 농구는 키 큰 사람들의 스포츠라고 생각하시나요? 저도 그렇게 생각했습니다. 키도 작고 팔 힘도 약해서 3점슛은 꿈도 못 꿨으니까요. 그런데 슬램덩크를 다시 펼쳐보면서 이 만화가 사실은 키 작은 사람들의 이야기이기도 하다는 걸 새삼 깨달았습니다. 화려한 덩크보다 보이지 않는 곳에서 쌓아온 노력의 서사가 이 작품의 진짜 본체입니다.키 없는 사람이 코트에서 살아남는 방법, 슬램덩크는 알고 있었다저는 친구들과 농구를 즐겨 했지만 솔직히 할 수 있는 게 많지 않았습니다. 키가 작으니 드리블하다 곧 막혀버리고, 슛은 림에 닿지도 않을 때가 태반이었습니다. 그래서 자연스럽게 선택하게 된 플레이 스타일이 스틸(steal)이었습니다. 스틸이란 상대 선수가 드리블하거나 패스하는 공을 가로채는 수비 기술로, 짧은 순간의 판.. 2026. 4. 24. 이웃집 토토로 (영유아 추천, 동심, 지브리) 1988년에 개봉한 스튜디오 지브리의 이웃집 토토로는 30년이 넘은 지금도 어린이 애니메이션의 기준처럼 언급되는 작품입니다. 저도 어릴 때 한 번 봤던 기억이 있었는데, 오키나와에서 살면서 아이들과 차를 타고 시골 드라이브를 자주 하다 보니 자연스럽게 다시 틀게 된 영화입니다. 그렇게 두 번째, 세 번째로 보면서 처음엔 그냥 지나쳤던 장면들이 다르게 보이기 시작했습니다.영유아도 충분히 몰입하는 이유: 캐릭터 인지와 서사 구조제가 직접 겪어보니 이 영화가 어린아이들에게 잘 맞는 데는 분명한 이유가 있습니다. 당시 저희 첫째는 세 살 무렵, 둘째는 두 살이 채 안 됐을 때 처음 보여줬는데, 둘 다 생각보다 화면에서 눈을 떼지 않았습니다. 그 이유를 나중에 생각해보니 캐릭터 인지(character recogn.. 2026. 4. 23. 데스노트 정주행 후기 (몰입감, 캐릭터, 용두사미) 정의를 실현하면 그 사람이 영웅일까요, 아니면 그냥 살인자일까요. 데스노트를 다 보고 나서 며칠간 이 질문이 머릿속을 떠나지 않았습니다. 두 번째 정주행이었는데도 결말을 알면서 보는 게 오히려 더 묘하게 무거웠습니다. 큰 줄기는 기억하고 있었지만, 라이토가 작은 고비들을 어떻게 빠져나가는지 그 과정이 다시 궁금해서 손을 댔다가 결국 밤을 여러 번 날렸습니다.회사에서 졸면서도 멈출 수 없었던 이유정주행을 시작한 건 L의 테마곡 출처가 데스노트라는 걸 뒤늦게 알게 되면서였습니다. 그 한 곡 때문에 37화짜리 애니메이션에 발을 들이게 될 줄은 몰랐습니다. 직접 겪어보니 초반 1화부터 12화까지는 배속 없이도 눈이 붙어 있기가 힘들 정도였습니다. 다음 날 회사에서 졸리고 머리가 멍한데도 퇴근하면 또 틀게 되는 .. 2026. 4. 23. 이전 1 2 3 4 다음